[영화_랑종] 스포를 위한 감상평과 해석

안녕하세요 블루이드 입니다.

좀 지나긴 했지만 여름에 마땅한 공포영화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랑종에 대한 글 이전 작업을 하겠습니다. 티스토리에서 구글 블로거로 옮기는 중이라 ㅎㅎ. 물론 중복게시를 회피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내용 추가하였습니다.

나홍진 감독님 영화는 특유의 애매함으로 많은 검색량을 보장해주는듯 합니다. 
나름 공포영화 및 무서운 이야기 매니아 경력의 짬바를 기준으로 해석해 본 내용이므로 반박시 님말이 맞음. 싸우지 맙시다. ㅎㅎ


고~!

아버지가 누구니?

이 영화는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듯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님이 곡성의 프리퀄(일광은 왜 아크마를 신으로 받아들였는가?) 형태로 기획했던 작품입니다. 그 후 이런저런 상황으로 직접 제작이 어려워지면서 태국의 반종 감독님과 태국의 무속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랑종이 탄생되었지요. 단순 태국영화로 알고 뭐 이래? 하던 분들도, 곡성 감독이 시나리오 썼어 하면 왠지모르게 수긍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 역시 곡성과 비슷한데 설정상 많은 부분이 닮아있습니다.

곡성의 프리퀄, 바얀신 세계관도 유사하다. 

바얀신은 곡성의 무명(천우희 분)과 유사합니다. 조상신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태국어판의 번역에서는 'goddess'로 표현되므로 여신이기도 하죠. 마을의 수호신이면서 여성형으로 그려졌던 무명의 모습입니다. 있는지 없는지 애매하여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는듯 묘사되는 것도 거의 동일합니다. 곡성에서는 그나마 무명의 형상으로 등장해서 일광과 아크마에게는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막상 일반인들에게는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바얀신도 그러합니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도깨비의 대사지만, 이런 관점의 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미세하게 지침을 내려주지만(ex. 닭이 세번 울기 전에 나오지마라) 너무 미미하여 인간들이 끊임없이 유혹과 의심을 하게 됩니다. 곡성에서는 곽도원이 결국 참지못하고 나와버렸고, 랑종에서도 '님'이 한번도 바얀신이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다고 울먹이는 장면을 보면 결이 같습니다.
신은 있지만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래도 절대 현혹되지마라, 미끼를 물지마라. 이런 느낌입니다.

'아크마'와 '무명' 대신 두 가문

곡성과 달리 랑종에서는 신도 악마도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대신 바얀신을 모시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님'의 '통와라'가문과 대대로 악업을 쌓아가며 세속적 이익을 따르는 '야산티야' 가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설정(페이크다큐)상 촬영 대상이 되는 '밍'은 이 두 가문(야산티야 가문의 아빠와 통와라 가문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처음에는 선한 집안과 악한 집안이 만나서 천사와 악마가 서로 '밍'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형태로 흘러가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각 인물들간의 관계를 보면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님'의 언니이자 '밍'의 엄마인 '노이'를 살펴보면, 속옷을 바꿔입게 한다던가, 신발에 부적을 숨김다거나 해서 동생인 '님'에게 신내림을 받게한 인물입니다. 그 후 자신은 신내림을 받지 않기 위해 성당을 다니고(진실한 믿음이 아님), 악업을 쌓고 있던 야산티야로 시집을 가서 시어머니의 불법 도축업(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슴다. 금붕어를 키우는 사람도 생선을 먹잖아요.)을 물려받아 운영중인 인물입니다. 통와라를 버리고(신을 거부), 야산티야의 악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죠. 

'밍'의 외삼촌인 '마닛'의 가족도 통와라 가문의 사람이지만 '노이'로 대표되는 야산티야 가문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들로 '밍'과 오빠 '맥'의 관계를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는 사람들 입니다. 직접적으로 업을 쌓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같이 생활하고 있는 수동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로 야산티야 편에 선 인물들입니다. 

'밍'은 주인공이니까 다음에 따로 얘기하구요. ㅎㅎ

양 가문의 대립적인 구도처럼 보였지만, 통와라 가문은 대가 끊겨있는데다가 살아있는 통와라 가문의 사람들은 마지막 랑종인 '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산티야 가문에 빌붙어서 살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하나씩 드러납니다. 이러면 결말은 당연히 뭐다? 파국이다!!

'밍'은 이미 결말이 예고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빙의 엑소시즘 영화에서는 악령이 평범한 사람에게 갑자기 씌워져서 꼭 악령을 퇴치해서 정의구현을 해줘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편견이 있습니다. 그런데 '밍'은 여기 포함되지 않습니다. 
영화의 흐름 상으로는 빙의 증상이 발현되어 차츰 심해지는 순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밝혀지는 과거 사건들을 시간순에 따라 배치해보면 스스로 바얀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엄마를 따라 성당을 다니며, '랑종'들은 사기꾼으로 보고있는 관점도 드러냅니다. 또한, 오빠인 '맥'과 부적절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선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를 따르는 사람들을 사기꾼으로 보며, 순리를 거스르는 부정을 저지른 사람인 '밍'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밍'이 영화 초반 아래와 같은 꿈에 대해 이야기 할때도 저 시간 순서를 이해하면 대략적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붉은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가 긴 칼을 혀로 핥으며 발을 구르는데, 바닥이 피로 흥건하고 목이 잘린 머리가 있다. 그 머리가 뭐라고 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가 없다.
저 꿈에대해 바얀신이 '붉은 의상을 입은 남자'인가? '목이 잘린 머리'인가? 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바얀 신은 설정 상 여신의 형상입니다. 그래서 '붉은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 보다는 '목이 잘린 머리' 가 바얀신일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시점을 생각해보시면 '밍'은 저때 이미 신을 거부하고, 부적절한 짓을 한 야산티야 가문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스스로 바얀신을 거부한 것이 '목을 친 것', 그 머리가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바얀 신(선한 신)에게 더 이상 연결 될 수 없는 자신의 현 상태인 셈이죠.
이 해석은 '님'이 기도를 드리던 바얀 신의 신상이 목이 잘린채 쓰러져있는 장면과도 결이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통와라' 가문은 이미 자손이 끊겨있고, 자신을 부정하고 악업을 저지르는 '야산티야'가문의 '밍'에 대한 퇴마를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 신상이라는 존재 자체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님'이 섬긴 것은 '바얀' 신이 맞나? '라이따이' 인가?

영화의 마지막에서 '님'은 사실 그동안 섬기던 신이 바얀 신이 맞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울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바얀 신이 선한 신이 맞는가?' 부터 시작해서 '자신을 믿지않는 '님'을 처단한 것이므로, '라이따이'도 아니다' 까지 다양한 추측들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표현된 '님'은 바얀신의 가르침에 따르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는 극 중의 거의 유일한 선한 캐릭터로 묘사가 됩니다. 그런 사람이 '사실은 나도 확신이 없었어'라는 관객의 믿음을 저버리는 소리를 해서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약간 관점을 바꿔보면, 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면 당연히 그 가르침을 따르며 살겠지만, 확신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살려면 얼마나 노력과 내적 갈등을 이겨내며 살아왔을까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더 노력하며 산 사람이다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감독(나홍진)의 관점도 그렇습니다. '곡성'의 '무명'이라는 신도 적극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뭘 알려준다던가, 확신을 준다던가, 악마와 직접적으로 싸우던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운명'을 질문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존재일뿐이고, 절대 현혹되지마라 한 마디 해줄 뿐이죠. 실제로 영화에서도 '님'이 '맥'이 자살한 장소로 가서 헛다리 짚기도 하고, '밍'이 어디에 있다고 명확하게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님'은 그저 믿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명확하게 지침(?), 예언,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 신은 바얀 신의 모습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걸로 생각됩니다. 그런 신을 모시고 있으므로 '바얀 신이 맞나?' 라는 생각은 순간순간 정말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 '님'을 표현해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퇴마의식을 진행하기 전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게 해 준 것은 '라이따이'가 맞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이미 스스로 쌓은 업도 많이 쌓여 가망이 없는 '밍'의 퇴마의식에 참여했다면 최소 불에 타거나, 떨어지거나 아니면 악마로 추정되는 존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최후를 맞았겠죠. 그렇다고 '님'이 조카의 퇴마를 못 본척 할 캐릭터도 아닙니다. 

내일 퇴마를 하면 실패는 예정되어 있는데, 그간 대대로 쌓은 업보도 만만치 않아서 처참하게 끝나게 될 것을 알고 있는 신이라면 착실하게 자신을 따르던 사람을 그대로 둘 것인가? 마지막이라도 편안하게('라이따이') 해줄 것인가?


'노이'의 몸에 빙의된 것은? 마지막 장면 해석

영화를 볼 때는 마지막 방직공장에서 '노이'의 몸에 빙은 된 것은 악귀임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댓글들을 보면 '노이'가 바얀 신이 왔다고 한 것, 그리고 '밍'이 그 시각 다른 위치에서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 등을 들어서 혼란이 있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에서 선한 신은 그렇게 확신을 주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평생 바얀 신을 섬겨왔던 '님'조차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고 하는데, 일생을 신을 거부하며 악업을 쌓던 '노이'가 갑자기 바얀 신이 들어왔다고 소리친다고 해서 절대 현혹되면 안됩니다. ㅎㅎ. 그리고 다른 퇴마 영화들을 보더라도 피해자의 몸에 씌인 악귀가 거짓으로 누구라고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극의 순서상 '밍'이 봉인되어 있던 방에서 나오자 마자 '싼티'가 의식에 실패해서 죽고 그 이후에 '노이'가 바얀 신이 왔다고 말합니다. 즉, '싼티'를 뛰어내리게 만든 존재가 '노이'의 몸에 들어와있다고 보면 되고, 목적은 대장(싼티)이 사라진 조수들에게 항아리 조각과 향을 가져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향을 갖다준 자들은 '노이'가 향을 거꾸로 꽂는 순간 모두 빙의되어 버리죠.

그 이후의 상황은 영화에 나온대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차는 빨간색이다.

'싼티'가 차 뒤에 뭐라고 써있는지 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써있는 글귀 입니다. 태국쪽에서는 붉은색이 귀신을 쫓고 행운을 불러오는 색이라고 하는데, 붉은차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저렇게 글을 붙여서 귀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싼티'가 '님'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에 생각해낸 방법이기도 하고, 실제로 '밍'대신 '노이'를 통해서 방직공장의 악령들을 항아리에 가두는데까지는 성공을 했습니다. 다만, 방직공장이 아닌 '밍'에게 원래 빙의되어있던 원령은 가두지 못한 한계가 있었고, 그 원령이 방에서 나오게 되는 순간 '싼티'의 계획도 틀어지게 됩니다.

'싼티'의 잔꾀를 암시하는 문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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